얄미운 오리 새끼 아니 뻐꾸기 새끼
혜명초당 사랑채 대들보 틈새엔
전셋집 세채가 있다. 딱새집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둥지를 틀었다.
제비와 달리 이 녀석들은 위생관념
철저는 물론 층간소음 절대 쉬쉬다.
대청마루 바닥에 오물투기도 없고
들고날적마다 조용조용 기특대견!!
그런데...
이제나 저제나 다 자란 딱새 새끼들의
이소 처녀비행 모습을 기대하며 살짝
둥지안을 살펴보니 소사소사 맙소사!!
딱새 새끼들은 온데간데 없고 커다란
덩치의 뻐꾹새끼한마리가 좁디 좁은
딱새둥지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돌이켜생각해보니 언젠가 뻐꾸기 어미
뻐꾹뻐꾹 근처에서 울어대더니만 그때
딱새둥지에 슬그머니 탁란한 짓이리라.
그럼 딱새 알이나 새끼는?
하루 이틀 먼저 부화한 뻐꾸기 새끼가
딱새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쳐
내버리고 모든 먹이는 혼자서 독차지..
뻐꾸기 새끼는 덩치가 어미 딱새보다도
다섯배정도나 더 크다. 참새보다도 작은
어미 딱새는 제자식도 아닌 덩치를 먹여
살리려고 그동안 치른 곤욕 짐작이 간다.
순간 치밀어오르는 분노심에 몸이 떨린다.
뻐꾸기 어미새를 붙잡아다가 곤장 열대를
쳐주고싶건만 발달린 내가 날개달린 넘을
어찌 붙잡아 오랴!! 철없는 뻐꾸기 새끼만
앉혀놓고 훈계해보는데 공격적 반항심이
여간 사나운게 아니다.. 그넘 참 밉상이네.
옆에서 지켜보던 마당개 행똘이도 뻐꾸기
새끼의 반응이 얄미운지 순간적으로 덥썩
물어버렸네.. 뿔싸뿔싸 아뿔싸.. 뻐꾹뻐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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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7년 7월 하순초
혜명초당에서 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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