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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짝 사랑방

난생 처음 함을 받아보다.

1. 함이란 무엇인가?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보내는 예물함을 봉치 또는 혼수함, 홍세함, 홍세미명이라고도 한다.

붉은 보자기에 싸서 단단히 엮은 뒤 한지에 근봉(謹封)을 붙여 함보자기 매듭 끝에 달아맨다.

 

함 속에는 종이를 깔고 혼서지(婚書紙)와 채단(綵緞 : 예물)을 넣는다.

채단은 보통 청·홍색의 치마·저고리감으로 준비하여 홍색·청색 종이에 싼다.

 

함진아비 행렬이 함을 메고 촛불 밝힌 청사초롱 길잡이를 앞세워간다. 오늘날의

함 풍습은 신랑의 친구들이 혼전에 신부집에 함께 가서 함을 파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함을 메고온 무명 헝겊끈은 풀어서 나중에 아기용 기저귀 천으로 사용하는 것이란다.

 

2. 신부집에서는 봉치떡과 액땜 바가지를 준비하다.

 

액땜 바가지는 함진아비가 대문간 들오올 때 콱 밟으면서 부수면 모든 잡귀와 마구니들이

바가지 깨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혼비백산 접근치 못하게 하기 위한 염원에서 유래된 듯..

 

봉치(봉채) 떡 역시 팥고물의 붉은색이 수상스러운 잡귀와 마구니를 막아준다는 액땜이자

켜켜이 쌓인 시루떡 모양새가 두 부부의 화합애정을 염원한다는 소망이 담겨져있다 한다.

 

 

 

 

 

3. 함을 받다.

 

신부 아버지와 엄마는 한복으로 갈아입고 함 받을 준비(음식장만+노자돈)를 하고 기다린다.

 

해가 지자 드디어 신랑의 친구들로 구성된 함진아비(신랑 친구중 아들 먼저 낳은 남자)와

그 일행들의 함 사려~!! 함 사세요~!! 고함 소리가 우렁차게 아파트 통로를 쩌렁쩌렁 울린다.

정말로 오징어 탈을 얼굴에 쓰고 청사초롱 두개를 들고 나타난 것이었다.

 

ㅎㅎ... 왜 하필이면 오징어탈일까...? 궁금하기도 하였거니와

그들만의 또 하나 소중한 익살넉살 우스개 추억거리로 간직하겠지...  

 

행여나 통로 주민들의 민원이라도 있을까봐 싱갱이 옥신각신 흥정은 서너번 흉내만 내는 척만

하다가 신부친구들의 미인계 작전으로 5층 계단을 층당 00만원의 함값으로 얼른얼른 해결..ㅎㅎ.. 

 

함진아비로부터 넘겨받은 함을 봉치 떡시루 위에 올려놓고 조상님 일월성신 삼신할미님들께 큰절..

 

신랑과 함진아비 일행들 그리고 함구경 오신 손님들에게는 영덕대게, 구룡포 과메기, 광어 생선회,

소갈비찜에 잔치잡채, 떡이랑  위스키 양주며 백세주 주안상 한상 떡허니 차려 후하게 대접하였다.

 

실컷 배불리 먹이고나서 함진아비 일행들과 신부 친구들 일행은 예약해둔 숙소로 안내하여

따로 뒷풀이 시간을 갖도록 하였다. 여자들은 잠시후 되돌아오고 남자들은 밤새 놀았다한다.

 

4. 드디어 함을 열어보다.

 

신랑 아버지의 이름으로 근봉 혼서지 편지 한통과 함께 한복, 모피외투, 손가방, 손지갑, 시계

금세공 장도, 노리개 패물, 백진주, 흑진주, 금강석(diamond) 반지와 목걸이, 화장품, 기타 등등...

손지갑 속에는 두둑하니 신사임당 여사도 수줍은 듯 다소곳이 들어앉아 계시는 것이었다.

 

딱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어디 생전 만져볼 기회도 많지않는 것들이다.

 

대충 대강 훑어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

다이아는 그렇다치고 아니 무슨 조그마한 손목시계 조차 하나가 000만원이래??

모여든 구경꾼들도 숨을 죽이며 사돈댁 집안의 정성을 하나하나 놀란 눈으로 감상하였다.

 

 

 

 

5. 서운착잡 + 시원섭섭 + 흐뭇대견

 

다행히도 사돈댁에서는 우리 딸을 아주 귀하게 여기는 듯하여 이튿날 사부인들끼리 흔쾌히

고마음의  답례 안부전화 주고받는 것으로 <납폐> 의전 절차는 그렇게 기분좋게 잘 치렀다.

 

6. 아무튼...

 

<상징성>의 의미로서는 매우 뜻깊겠지만 막상 그런 고가의 패물들이 무슨 소용이랴만..? ㅎㅎ..

일상생활에서는 도난 분실의 우려 때문에 맘대로 두르거나 편하게 차고 다니지는 못할 것 같다..

 

사랑만 있으면 됬지 구리반지, 꽃반지인들 어떠랴 싶었던 내 연애시절 젊은 날의 감정과 낭만은

이제와서 다시 돌이켜보니 도둑놈의 심뽀였다는 것이 사위를 맞아들이는 신부 아버지로서 솔직한

반성도 함께 든다. 그래서 금딱지 은딱지 하나 없이도 여지껏 잘도 참고 살아준 옛날엔 역시 그녀도

새색시였던, 신부의 엄마에게는 새삼 더 고맙단 생각도 아울러... 

 

요즘같은 시대엔 양가 집안의 <자존심과 체면>은 다같이 살려주되 전통 가치와 <실용성>이나

일상 편의성 측면도 절충해가면서 발전 개선된다면 젊은 청춘들이나 부모들도 부담이 덜할텐데..

 

아무튼 너희 둘이서 알콩달콩 즐겁고 그저 건강하며 재미있게 잘만 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