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전 오늘이었으니 반백년 전이다.
소위 무즙파동이라는 사건의 발단인
중학입학시험 문제는 엿먹어라였다.
1964년 바로 12월7일 오늘 치러진 1965학년도
서울지역 전기 중학교 입학시험 자연과목 18번 문제..
다음은 엿을 만드는 순서를 차례대로 적어놓은 것이다.
(가).찹쌀 1kg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나).이것을 쪄서 밥을 만든다.
(다).이 밥에 물 3리터와 엿기름 160g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섭씨60도의 온도로 5~6시간 둔다.
위 (다)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서울시 공동출제위원회는 보기1번 디아스타제를 정답이라고 발표했으나,
2번 ‘무즙’을 답이라고 선택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국민학교 교과서에는
"침과 무즙에도 디아스타제가 들어 있다"는 내용이 있으므로 무즙도 답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일부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엿을 고을 수 있음을 보여,
무즙도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1964년 12월 22일 낙방생 부모 20여 명이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에
난입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23일까지 이어진 이 시위로 학부모 두 명이 졸도하고,
김원규(金元圭) 당시 교육감(1964~65재직)이 휴가를 내며 수일간 출근하지 못하는
등의 혼란이 빚어졌다. 학부형들은 김 교육감에게 "무즙"으로도 엿을 만들 수 있다면
자연 18번의 복수정답을 인정하겠는가? 그럼, ‘이 엿을 먹어보라’ 는 항의시위로 실제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오는 등 법정소송까지 이르른다.
그 한 문제로 6년공부 도로아미타불 합격의 당락이 뒤바뀌는 수험생 특히 학부모로선
열불터질 억울함이었으리라. 수험생이었던 나 역시도 무즙이라고 답안지에 적었기에
어제일처럼 당시 사건진행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내 어린 생각으로는
두개의 정답중에서 어느걸 고를까 고심끝에 디아스타제는 효소성분으로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물질이라 판단되어 주저없이 무즙이라고 답안지에 적어냈었다.
나중에사 디아스타제만을 정답처리한걸 알고는 나도 조금 섭섭하긴 했었다. ㅎ~
나는 감점되었든 복수정답 인정으로 추가 가점 되었든 관계없이 내 점수는 다행히
이미 합격권안에 들었기 신문 호외로 발간된 활자매체에 이름석자를 올리긴하였다.
그 당시에는 요즘의 대학입시만큼이나 중학교 입학시험 열기가 더 뜨거웠었고
특히 서울에선 일류 중학교 = 일류 고등학교 = 명문대학이라는 인식이 고착화.
실제로 그런 계단식 사다리 공식은 깨지지않고 이삼십년간 유지되어 내려왔다.
오죽 치맛바람이라는 신종용어가 나올 정도로 정말 입시경쟁이 치열했다는 전설..
내 또래는 중학교도 입학시험 고등학교도 입학시험을 그토록 치열하게 치른 탓인지
정작 대입예비고사 시험은 그냥 놀러가듯이 무식하게 편안했고 본고사는 소풍가듯.
그러나 요즘의 대입 수능고사와 본고사는 시험문제보다도 선발절차가 어찌나 그리
복잡한지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차라리 옛날 단순무식 시험이 더 그립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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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8년 12월 초이레
산골사랑방 慧明草堂 / 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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