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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내친구

은행을 털어오긴했지만 별로 돈은 안되네..

그래도 많이 먹으면 배탈난다기에

하루 일곱알 이내 먹으려고 조금만..


과육 제거하는 작업이 약간 난감하다.

색깔도 그렇고 특히 냄새는 딱 똥이어라.. ㅠㅠ

게다가 맨손으로 만지면 두드러기 생긴다는 속설도..


그래서 흐르는 물에 장화신고 발로 문댕기다가 너무

갑갑답답하여 그냥 맨손으로 벗겨봤는데도 괜찮더라!!


하지만 따라하진 마셔랑. 과민한 살갗을 지닌 분들은

그 어떤 불측사태가 벌어진다해도 이몸은 책임 못짐. ㅎ~


아무튼지간 살구같은 과육을 다 제거한 뒤 맹물로 몇차례

씻고 또 씻기고나니 하이얀 은빛 알맹이 자태를 드러내다.


겉살이 제거된 은행알은 그 크기가 완두콩보다는 약간 크고

강낭콩보다는 쪼매 작더라. 오이씨처럼 하얀 피부는 매력적.


※가을땡볕에 뽀송뽀송해진 은행알 속씨.

.


그래서 이름도 은행이라 불리워졌다는 전설이 그럴듯하다.

겉은 살구(행杏)요 속씨는 은빛이니 은살구 즉 은행이라는..


한편 그 씨앗은 발아가 비교적 잘되는 편이라 노지에 적당히

심어두면 1~2년 이내에 뿌리를 내리고 어린싹이 돋아나더라.


그런데 그 어린나무가 자라서 다시 열매(물론 암나무일 경우)를

맺으려면 제법 장시간이 걸린다해서 듕국에서는 은행나무 이름을

공손수(公孫樹)라고 부르기도 한대요. 즉 할배님이 젊은 시절에

심은 은행나무의 첫결실을 보게되는 사람은 그 손자라고 한다니..


아닌게 아니라 혜명초당 뒷마당에 심은지 7년 되가는 은행나무

한그루가 키만 삐쭉 자랐지 열매는 아직도 요원. 혹시 숫나무인가?


수형은 제법 참하고 초록잎새도 볼품 좋고 가을에 노란단풍은

그 어느 낙엽수보다 낭만적이다. 다만 열매과육의 냄새때문에

도시의 가로수 암나무들은 차츰차츰 숫나무로 교체되고 있단다.


자~~ 우리 이 대목에서 재밌는 숫자놀이 한번 해볼까요?

서초동 집회나 광화문 집회 운집 군중수 부풀리기 놀이처럼

저 은행알 숫자 과연 몇개나 될까요? 사실 나도 짐작만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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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2년 시월 초열흘. 은행 턴날.

산골아지트 혜명초당 / 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