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시절 추억속에도 들어있지..
학생들 여름방학 시작할때 쯤이면
딱 먹기좋게 익어가는 수염 옥수수.
시골큰댁 작은댁 내려가 있는동안
어김없이 삶아도 먹고 구워도 먹고
밥 지어서도 먹고 뻥튀기로도 먹고..
세월은 흘러가도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이젠 외손주 꼬마3총사들이 여름방학!!
다음주 월요일 하경열차 타고 온단 소식..
지난 봄 심어둔 문전텃밭 옥수수 50포기.
대를 이어 아가야들에게 그 추억을 넘겨
주려했건만 그런데 그런데 이게 뭐야@@
소사소사 맙소사 뿔사뿔사 아뿔싸 하필
간밤에 어느놈인가 엉망진창 만들어놨네?
산적같은 멧돼지 짓이런가 의심하였는디
경험많은 이웃할매 가라사대 아니란다!!
그럼 뭐지? 할매 갑자기 이름을 못 떠올려
고? 오? 너? 헤맨다. 나도 덩달아 헷갈리즘.
물증은 없으나 내 심증만으론 산돼지 범행?
고씨 가문의 일원이라면 고리라? 고슴도치?
고라니? 고양이? 모두 아니란다. 스무고개
계속 이어간다. 오소리? 너구리? 드디어
정답 나왔네.. 할매 왈 너구리에 딩동댕~!!
엥? 너구리가~?? 나도 내심 놀라고만다!!
육식성 동물로만 알았던 내 편견이 와르르..
검색해보니 잡식성이라 벌레 곤충 들쥐는
물론 초식성 먹이도 먹간먹는다는 전설이..
아닌게 아니라 산적 멧돼지 짓이라면 뿌리째
파헤치고 밭을 온통 헤집어 놨을텐데 이놈은
옥수숫대 밑둥을 갉아 쓰러트려서는 열매들만
아작아작 아작냈더라!! 아주 다 익은 것으로만..
그렇다면 그 할매 말대로 너구리리가 범인일레라?
내눈으로 직접 목격은 못했지만 멧돼지 흔적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긴 나더라만.. 내겐 처음 겪는 일..
엉망진창 개차반된 옥수수밭을 보고 나는 망연자실
시장에 내다팔아 생계유지 목적이 아니었기 망정이지
잘 자라서 다 익어가는 옥수수 아작난 꼴 바라보려니
쉑쉑 원통 분통 울화통 심통이 마구마구 터져나네야..
하이고 이러다 내명에 못살고 일찍 듁지.. 참자 참아!!
진작에 마당개 깜똘군을 옥수수밭 앞에 보초 세웠어야.. @@
그나마 몇개 안남은거라도 건지려면 늦게나마 오늘중 따내어
아베같은 너구리 그넘 손닿지 못할 곳에 숨겨놔야겠더라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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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2년 칠월 스무이레. 옥수수 알갱이 우수수수 아작난날
산골사랑방 혜명초당 / 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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