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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짝 사랑방

대동벌초...

 내 듁거들랑 소나무 밑에 묻어주오/수목장

산업사회 도시인들에겐 엄청 힘든 벌초

 

 

해해연년 추석 한달 전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문중 연례행사

 

4촌 6촌 당숙 당질 문중 식구들이 전국8도에서 모여들어 손수

직계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산소 합동벌초를 하곤한다.

몇년 전부터는 아예 5대조 이상은 종중에서 별도로 외주 용역으로 처리한다..

 

해가 갈수록 낫질에 익숙한 어르신들은 자꾸만 돌아가시고 대신에 성능좋은 예초기라도

어깨에 둘러맬 젊은 청년들은 학업이나 직장특근등 이 핑계 저 핑계로 점점 그 참여 충성도가

희박해지고 있거나 아예 잘 오지도 않는다. 와 본들 재미가 있을 턱이 없다. 나 역시도 늘 그랬다.

 

지난 8월의 네번째 일요일날 그 뜨거운 여름땡볕 아래서도 올해

연중행사 대동벌초는 어김없이 치러졌다. 더워서 듁는 줄 알았다.

 

몇년 안지나 이런 벌초 광경조차 사라질 것 같다.

이 시대 마지막 모습이 될 것도 같아 몇장 남겨둔다.

 

 

         

선산 묘역 종중 사당

 

 

 

         

벌초작업 전후

 

 

         

단정해진 모습에 빙그레 미소 짓는 석상

 

 

           

작업 종료 및 하산준비

 (시원달콤한 화채 한그릇으로 더위를 식히고는 하산하여

삼겹살+돼지갈비 구워 먹으며 또 한번 그 열기 화기로 더워서 듁을 뻔 했다.)

 

 

매장 및 벌초문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 퇴조에 따라

화장, 가족 납골당, 수목장 등등의 제안을 해마다 입버릇처럼

말들은 꺼내지만 우리 문중도 30여년째 도무지 별 진전이 없다.

돈 많은 분이 먼저 과감히 솔선수범하거나 납골당 선행투자를

해야만이 마지못해라도 우르르 그 길로 따라나설 것 같다

 

나 부터라도 조용히 자연회귀로 사라지는 쪽을 일찌감치 다짐해 두어야겠스.

내 듁거들랑 양지바른 곳 사시사철 독야청청 푸르른 소나무 밑에 묻어주오. 화장 + 수목장

※손바닥만한 송판 묘비명(銘)으로는 이렇게 새겨주오  : 왔노라 보았노라 갔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