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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짝 사랑방

포도야 미안하다 돈이 웬수로구나..

여섯공주 딸부잣집에 장가를 갔스.

연애 기간중엔 셋째딸인줄 전혀 몰랐스...

 

나중에 알고봤더니 그 시절엔 아들 못낳는 것이 큰죄(?)인양 복받친 설움에

장모님이 딸들 기죽을까봐 비밀 아닌 비밀 함구령을 내렸던 것 같스. 순전 내 추측..

아니면 딸자식들이 알게 모르게 은연중 엄마의 심중을 헤아려 발설 기피했는지도...

 

세월은 흘러흘러 남은 딸 처제들도 저마다의 짝지 짝꿍을 만나 하나둘씩 시집갔스... 

처갓집엔 달랑 두 어르신만 남으시고 노후 생계대책이라곤 그저 포도밭 한뙈기...

 

그나마도 대구 자택과는 자동차로 한시간 떨어진 영천 금호에 위치하였으니 포도농사는 장인의

막내동생 즉 현지 거주하시는 처삼촌에게 맡겼으되 직접 짓는 때보단 아무래도 수입이 적어졌스.

 

그 당시 당신 두분의 주요 지출 비목은 경조사비가 50% 주,부식비 20% 손자 손녀줄 용돈세뱃돈 10%

다니시던 절집에 공양시주 10% 기타 건강의료 제 잡비 10% 정도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스.

   

사위나 딸들이 용돈 쓰시라고 쥐어주는 푼돈만으로는 턱없이 생활비가 부족한듯 하였스. 

그래서 사위들이 의논 끝에 두분 월지출 생활비에 해당되는 정기예금 이자가 나올만큼의 목돈을

은행에 예치하고는 예금통장을 장인 장모에게 그냥 드렸스.  그게 벌써 아득한 20여년 전이었스...

 

 포도가 먹고 싶을 땐 쪼르르 달려가서 노력봉사를 한뒤에나 한두상자 얻어 먹었스..ㅎㅎ

               

     01_포도밭 셋째딸이자 현재의 쥔장女友마눌                  02_처삼촌 처숙모님의 출하 작업 일손돕기

 

장인어른은 8년전에 결국 돌아가셨고

장모님도 마침내 지난 달에 장인 어른 곁으로 떠나셨스.

 

장인 장모님은 놀랍게도 살아 생전 환갑 때 이미 묘자리, 수의, 석관, 비석, 상석등

모든 준비를 다 해놓으셨던 상태였스. 그 덕분에 8년전에나 지난달에나 큰일 두번 치르기가

얼마나 수월했는지 사위들 모두 감탄(?)했스~!! 평소 삶과 듁음에 대한 경계구분이 확실하셨스...

아니면 딸자식만 둔 탓에 염려스러워 미래 먼길 떠날 채비조차 미리미리 해두신 것인지도 모르겠스...

 

그뿐만 아니라 특히 장인 어른 돌아가시기 몇년 전에는 아예 셋째 넷째 사위를 부르셔서는

"얘들아 내가 너희들 돈을 받아 살았으니 내 죽으면 포도밭은 너희들 것이다. 가져가거라" 하시면서

소유권 명의를 셋째 사위와 넷째 사위 앞으로 이전등기까지 말끔이 해놓지 않으셨겠스.  나머지 사위들은

그 당시 다른 사정상 마음으로만 보탰고 실질적 물주(?)였던 나와 넷째인 아랫동서가 반분했기 때문이었스...

 

마음이 아팠던 것은 그 몇년후 정기예금 통장의 원금을 막내사위가 홀라당 다 털어먹은 사건이었스.. 

사업자금이 필요하네 반드시 곧 갚겠네 어쩌네 읍소하는디 어느 부모라고 돈 없다고 모른척 하겠스??

나도 동서랍시고 가끔씩 긴급자금조로 몇백씩 빌려주곤했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스.. 에휴... 

 

두 사위가 마련해준 어르신 생활비 밑천을 덜컥 내주시는 건 좋았지만 이늠의 막내동서 그걸 글쎄

다 털어먹고는 일본으로 떠나지 않았겠스...  어느 집에나 아픔도 한두가지씩은 있게마련...ㅠ.ㅠ 

 

이젠 모두가 지나간 추억의 옛날 이야기.... 더 이상 회수 불가능한 과거사에 미련과 집착을 보이는 건

신경낭비 소모이자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만큼이나 더 소중하기에 없던 일로 싸악 잊기로했스...ㅎㅎ

 

법적 명의야 두 사위 앞으로 변경 되었어도 포도밭 소출 수익금은 처삼촌께서 직접 장인 장모님에게

계속 갖다 드리곤 하였었스. 형제지간 우애를 주고받겠다는데 뭐 사위인들 우짜것스? 흐뭇하게 박수쳤스...

 

가끔씩은 이렇게 포도주를 빚어 마시곤 하다가 몇년 전부터는 바쁘니즘 때문에 잠시 중단하였스.. 

               

     03_물에 씻어낸 포도알을 마른수건으로 닦기                04_이물질 골라내서 포도주 담그기 준비작업 

 

아직 술독에 포도주가 조금 남아있지만 올 가을에 햇포도주 또 한독 담가봐야겠스.. 

 

이제 두분 다 돌아가시고 내가 직접 포도농사를 계속 짓자니 아직은 여건이 안되고 어느덧 훌쩍 자란

아들늠 장가들이고 딸년 시집보내자니 그 비용이 한두푼 들어가는게 아니라 무척 고심중이었스..@@

 

마눌님과 의논 끝에 저 포도밭을 매도 처분하기로 잠정 결심하였스.  기껏해야 포도주나 담가먹고 어쩌다

포도밭에 직접 가서나야 포도알 얻어먹기 일쑤였스... 왜? 내손으로 직접 농사짓지 아니하면 실질 경작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요즘 농촌의 불문률 때문이었스.. 사실 <정서적인 상징>으로 계속 보유만 해왔던 것이었스..

 

포도야 미안하다... 장인장모의 평생을 책임져줬던 너가 엄청 한몫해준건 정말 고마웠다.

그동안 너를 인수하고나선 널 볼 적마다 도시생활 접고 너랑 같이 지낼 구상도 많이 꿈꿔봤었다..

끝까지 너를 지켜줘야하는데 내 힘이 조금 부족하구나.. 마지막 임무로 외손주 외손녀 시집장가

한번 더 수고해다오.. 좋은 새주인 만나서 더더욱 싱싱하게 푸르르거라..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오늘은 지난달 장모님 돌아가신 직후로는 첫번째 맞는 장인 기제삿날...바로 장인어른 8주년 기일이네여..

이젠 두분 다 돌아가시긴 했어도 오랜 세월 저 포도밭에 핏방을 땀방울 뿌렸던 추억들이 남아 있어서리

선뜻 팔아치우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아들딸 시집 장가 밑천이 아쉬우니 이거 어쩌면 좋겠스??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그냥 놔뒀다가 나중에 내 손으로 이런저런 밭농사를 지어봤으면 좋았겠는데.. ㅠ.ㅠ

오늘 저녁 장인 기제사나 마치고 또 천천히 생각하다보면 혹시 더 좋은 꾀꼬리같은 수가 나오겠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