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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짝 사랑방

뭔늠의 개가 어쩜 그렇게도 식탐이 없지?


이제 두돌 지난 외손녀공주도 행똘군 무서워하긴커녕 엄청 좋아한다.


산골 마당개 행똘군은 쥔장인 나를 닮아 그런가

도무지 밥먹는 꼬락서니가 너무 식탐이 없더라.


남의 집 개들은 사료든 간식이든 게걸스럽게도

폭풍흡입을 하드만 행똘군은 줘도 본체만체네?


한사발 퍼주면 한이틀간에 걸쳐서 먹다말고 먹다말고를

반복하니 때로는 밤이슬에 젖어 불어터지면 그냥 마당에

잔디비료로 내다버리기 일쑤... 몇년째 그 짓거리라 때론

괘씸하기도하여 하루이틀 굶기면 사나흘째는 또 먹긴한다.  


그러니 서울 멀리서도 영상통화로 행똘군 보여달라 제어미에게 성화를 부리곤한다.


그렇다고 이늠이 삐쩍 말라비틀어졌느냐 그건 더 아니올시다.

주말이면 산골로 올라오는 우리 마눌女友님 절대 빈손 아니지..

생선대가리에 소돼지 뼉따귀며 북어쪼가리 한아름 갖고와서는

한솥 끓여내 행똘군 저늠에게 주말내내 퍼먹이면 잘도 먹는다.


그러다가 마눌여우님 하산하고나면 다시또 내가 퍼주는 사료엔

외면도 아주 대놓고 외면.. 마치 너나 먹으세요 하듯 딴청!! @@


그러다가도 라면국물이든 된장국물이든 우유라도 한잔 부어주면

그건 그럭저럭 깨지락깨지락 먹는 척은 하더라. 예~이놈 그렇담

너 이번엔 굶어봐라 보충없이 그냥 방치해두면 이틀간도 잠잠..


그럴싸 그런지 이놈도 꼴에 저도 총각이라고 방문객 손님들중

여자에게는 엄청 꼬리치며 반가워한다. 특히 바로아래 처제와

처제딸 즉 처조카만 오면 난리부르스다. 마눌여우도 그중 하나.

아마도 먹을걸 갖다주기 때문이려나? 하지만 처제나 처조카가

온갖 비싼 가공품 개간식 들고와도 먹는 시늉만하는건 또 뭔일?

오히려 마눌여우님이 끓여 퍼주는 탕국물류를 훨씬 좋아하더라.


하여간 나랑 단들이 지낼때는 며칠씩 굶기를 밥먹듯하는 꼴이

애처로워서 라면국물이나마 사료에 얹어주면 그땐 먹더라만..  


처제와 처조카딸 사다준 개간식은 쌓여있기만하다가 한번은

외손녀 간식과자 남긴것인가싶어 앗차 실수로 내가 먹기도..

포장지에 담긴 것이었다면 당연 안먹었겠지만 알맹이 몇개

식탁위에 놓여있던 것이라 무심코 내입으로 들어갔더라는.. 켁~


그래도 저늠이 목줄만 풀어줬다하면 쥐도 잡고 꿩도 잡고

고라니도 잡아와서는 내 보는 앞에 전리품을 늘어놓더라.


그려그려 이늠아 네 몸속에 흐르는 진돗개혈통 자존심을

지켜나가는건 알겠는데 가끔은 식탐도 좀 부려보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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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0년 시월 열이레

산골사랑방 慧明草堂 / 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