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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짝 사랑방

팥죽먹고 죽쑬뻔했던..

동짓날부터는

북반구 하늘에선 한뼘씩

밤은 짧아지고 낮이 길어진다는..

그래서 새해 첫날로 삼았다는 옛 전설도..


시골산골 마을의 조그만 절집

거동사에 가서 예불드리고 팥죽 한그릇..


그런데 마을 부녀회장 줌마여사의 낌새가 수상..

나물 한접시도 덥썩 더 갖다주고 후식용 과일도..


아니나 다를까 결국 본색을 드러내신다.. ㅎ~

우리 마눌女友님을 내년도 부녀회장으로 적극 추천하겠다는..

마을 원로회장님 부인을 비롯하여 모두들 기다렸다는듯 환호!!


전혀 예상도 기대도 하지않았던 팥죽벼락 날벼락(?)에

미처 상황파악을 못하고 기습적 공세에 어리둥절 당황한

마눌女友님은 기겁을 하고 정중 사양하며 맹렬히 손사래.. ㅋ~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랴? 아니 아니지 절대 아니될 말..

그럼에도 넉살좋으신 부녀회장님이 애써 통사정하는 까닭은?


요즘 시골 산간마을은 어디나 그렇듯 인구절벽 즉 일손이 없다.


외국에서 시집온 젊은 며느리들이야 몇몇 있긴 있으나

펄펄 <이팔청춘>들은 대부분 도시로 다들 빠져나가고

특히 가임연령층 즉 20~40대 여성들은 아예 증발 실종..

88 <이빨텽튠>분들만 시골 산골에 남아있으니 막막해..


오죽했으면 부녀회장 맡을 사람이 없어 억지로 떠맡은지

올해로 7년째 장기집권(?)이라니 그 고충 알만하겠더라!!


에휴.. 딱해라.. 그래도 우짜것스? ㅠㅠ

우리부부는 마을 물정도 모르는 외지인인걸.. 

그저 조용히 시골산골 전원생활을 지내고싶을뿐..


마을 동지분들의 열화같은 환호성은 고마우나

따가운 눈총들이 뒷통수에 꽂히는걸 무릅쓴채

절대사양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고 물러나왔스.. 


휴~ 하마터면 팥죽먹다가 죽쑬뻔했다는..

온나라가 비슷한 상황인데.. 이걸 어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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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1년 무술년 동짓날.. 팥죽 먹다가 기겁한 날

산골사랑방 慧明草堂 / 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