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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짝 사랑방

모과가 그렇게 단단한줄 예전엔 미처 몰랐네.

보름째 지속되는 흐요일 비요일 우요일에

곶감이며 감말랭이 몽땅 팡이놈에게 헌납..

 

그럼 그렇지.. 생애 첫작품 그렇게 쉽게 되겠나?

곶감단감은 엘콘도르파쌰 되어서 날아가버렸고

남은 감이라곤 좌절감 허무감 박탈감 소외감뿐..ㅠㅠ

 

그렇다고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지..

꿩대신 닭이라도 잡자.. 마침 모과가 볼품없이 대기중

모과는 향이 좋아 서너개 정도 눈과 코로만 즐겼지

입으로 가져갈 생각은 아예 해보질 못했던터였다!!

 

스물여섯개쯤 한귀퉁이에 있는 넘들 모과청 찻거리나

만들어보자고 이 역시 난생 처음 덤볐다가 혼쭐났스.

 

돈주고 사먹을줄만 알았지 직접 손수 만들어보겠다고

무지몽매하게 주방용 식칼과 도마만 들고 썰어보는데

이건 돌멩이는 아니더라도 나무토막이나 다름없었스.

 

모과 또는 목과(나무木 오이瓜 = 참외처럼 생긴 나무)

또는 나무에 열리는 참외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였스!!

 

참외도 아닌 것이 어찌나 단단하고 견고하던지 동글동글

뎅구르르 구르면 헛질 칼날에 손이나 다치기 딱 알맞겠스..

대단한놈 = <大>가리가 <단>단한넘 = 돌大가리늠 =

바로 너 모과 = 아니 나.. 에휴.. 왜 그렇게 단단한거야?? 

 

가만 생각해보니 잘 고정하고 작두로 썰어야 좋겠더라는..

그래도 안전사고 예방요령은 사전 철저 숙지해야겠습디다.

 

하여간 전전끙끙 라이브 원맨생쑈를 벌인 끝에 얇게썰기는

결국 포기하고 대충대강 뭉텅뭉텅 잘라서 항아리병입 완료.

그리곤 백설탕 3kg으로 덮어버렸스.. 마눌女友님 눈에 띄면

안되기에.. 아니군.. 그 설탕 다 녹으면 결국 들통나겠는걸..@@

 

아무튼 모과 썰기 맨손 초보자에겐 너무너무 힘든일이었스..

오늘 한양읍내에선 내 모교 남녀공학 고딩서당 동기동창회

모임이 있는 날인데도 안가고 아니 못가고 이렇게 혼자놀기..

 

마눌님께서는 김장양념거리 장보기 준비차 주말전 하산하라는 명령이..

시골산골 전원생활 우아하게 티좀 내보렸다가 자존심만 구겨질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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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8년 11월 스무사흘날.. 오늘도 안개비 이슬비 폴폴

산골사랑방 慧明草堂 / 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