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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재 난장

동지 팥죽

북반구에 속해 있는 우리야 오늘이 동지이지만

저 아래 남반구의 호주나 뉴질랜드는 하지란다.


아득한 옛날옛적 교통과 통신이 막혀 있던때엔

서로 각자가 제팔 제흔들며 살아도 무방했었지..


동짓달 기나긴밤 한허리 동여내어

춘풍 이불아래 서리서리 뉘였다가

정든님 오는날 밤 구비구비 펴리라.


그 시절 이렇게 폰문자를 보냈다면 한여름에

웬 팥죽같은 소리냐고 마오리족 원주민들은

어안벙벙 얼굴이 팥죽처럼 불그레 달았겠스.. ㅎ~  


경주국립박물관 소장 불상의 미소가 참 온화하다.

동지팥죽 세시풍습같은 전래토속 신앙이라든가 산신령 조왕신

등을 일찌감치 포용한 한국불교가 우리 언어문화 역사철학에

영향을 끼치거나 일상생활의 일부로 녹아든 것만도 한60%쯤?   


권보살님으로부터 전화가 삐리리리♪

거동사 절집에 팥죽공양 오라는 전갈..


법당엔 늘 그렇듯 보살님들로 만석이라

먼저 요사채 공양간으로 가서 이른 점심..

팥죽 팥떡 나박김치 배추김치 깍두기

한그릇씩을 남김없이 비웠다. 감사_()_*


공양간에서 설거지와 죽퍼 몸보시 하시던

부녀회장 순덕보살님도 비닐봉지를 하나

내게 건네주며 마눌님 갖다주란다. 오늘

내혼자 나타난걸 보더니 눈치껏 챙겨주넹..


동지 팥죽 한봉지 고맙긴 고마운데 문득

어린 시절엔 이런거 받아들고 가는 것을

나는 왜 그렇게 부끄러워했을까? 솔직히

남들 보지 않는 곳에선 버리기도 했었지.. ㅠㅠ


나이가 들어 어느 정도 세상을 달관(?)한

요즘엔 진짜정말 소중한 친밀감 유대감

소속감 동지애 그런 걸 느끼게 해주는 것임을..

앞으론 절대 중간에 버리지 말아야겠단 맹세_()_*


고대 어느 지역에선가는 사실 오늘 동지를

새해 첫날로 삼은 나라가 많았었다고 한다.

가장 짧았던 낮시간이 다시 조금씩 길어지니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걸로 간주했으리라.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5대양 6대주를 다 섭렵했던

해양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달기준 음력을 버리고

태양기준 양력을 채택하게되며 나라별 지역별 전통

세시풍습이 마냥 서구화 되가는 것은 약간 아쉽더라.


그러든말든 태양은 또다시 북반구를 향해 올라오리라.

또다시 6개월 후에는 이글이글 하지가 될 것임이 명백.


아무튼 새해가 떠오르는 길목이니 역귀는 물러가랏!!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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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9년 동짓날

산골사랑방 慧明草堂 / 발마